반응형 결혼25 다 먹었는데 또 밥? "근데 밥은 언제 먹어?" "밥은 안 먹어?"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그 양반과 내가 결혼을 하고 종종 황당했던 때는 바로 저 말을 들을 때였다. 이 양반이 밥도 못 먹고살았나, 왜 자꾸 밥을 먹자는 거지? 결혼 전에 가족들과 같이 살 때도 혼자 자취를 할 때도 뭐든 먹고 배가 부르면 그게 나는 밥이었다. 끼니때가 거의 가까워져서 먹은 간식도 그걸로 배가 찼으면 그냥 그게 밥이 되는 거였다. 끼니마다 반드시 밥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었으므로, 무조건 밥으로 마무리를 해야 하는 건 아니었으므로. 그런데 그 양반은 아무리 별의별 음식을 다 먹어도 종국에는, "밥은?" 이런 말을 하기 일쑤였던 거다. "아까 이것저것 먹었잖아. 배 안 불러?" 라고 대꾸하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밥도 안 주는 줄 오.. 2024. 10. 27. 안나 카레니나와 나 '행복한 가정은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저 첫 문장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한 밤이 있었다.지금도 가끔 떠오르는 문장이다.행복과 불행이라는 이분법적인 가르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말이다.특히 결혼을 해서 자식을 둘이나 낳고 살면서부터는 불쑥 저 문장이 생각나곤 했다.나는 특별히 행복을 추구하며 살았던 것은 아니다.꼭 행복해져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더군다나 없다.어찌 보면 나는 행복보다는 '만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사는지도 모른다.또 어찌 보면 막연한 행복보다 더 애매모호한 만족을 더 충족시키기 어려운 것인지도.내 마음이 편안한 것, 내 기준에 만족스러운 것, 고통이 없는 상태, 크게 미워하는 대상 없이 섣불리 판단하고 지레 집작하지 않고 사는 것, 정말 죽고 사는.. 2024. 5. 21. 엄마가 순진해서 그랬어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야?" "엄마 말이 맞지. 엄마는 있었던 사실만 말한다니까." "아빠 말은 안 그렇던데?" "너희 아빠가 착각했나 보다." "아빠, 진짜야? 진짜 엄마 말이 사실이야?" 모녀의 대화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던 그 양반이 발끈했다, 드디어. "아빠 말이 맞다니까. 어휴." 올해로 벌써, 믿기 힘들지만, 결혼한 지 13년이 넘은 마당에 '누가 먼저 접근했나?'는 언제나 우리 집의 뜨거운 감자까지는 아니고 '미지근한 감자' 정도의 대화거리이다. "합격아, 너는 절대 온라인에서 모르는 남자가 쪽지를 보낸다거나 말을 걸어오면 절대 대꾸하지 마. 알았지?" "왜?" "누가 누구인지 알고 대꾸를 해? 요즘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무조건 조심해야 돼. 사기꾼들도 많고 나쁜 사람들도 많아. 옛날에.. 2024. 4. 3. 혹시 남자친구가 딸에게? "합격아, 아까 방에서 뭐 했어?" "왜?" "아니 한참 동안 방에서 안 나오길래." "전화통화했지." "그래? 응, 그런 것도 같더라. 근데 누구랑 했어?" "왜?" "웃음소리도 나고 꽤 오래 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오래 할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근데 누구랑 통화하길래 그렇게 신났어?"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우리 딸이 도대체 누구랑 통화하길래 그렇게 재미있어 하나 엄마가 궁금해서."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이젠 엄마가 묻는 말에 순순히 자백하지 않고 자꾸 요리조리 대답을 피하는 것 같았다.(고 나는 느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합격아, 어쩌고 저쩌고 그렇고 저랬어?" 라고 내가 물으면, "응, 엄마. 그건 요렇고 조렇고 이렇고 그랬어." 라고 친절히도 대답.. 2024. 3. 29. 이전 1 2 3 4 ··· 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