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직장인29 네 뒤통수에 핫스폿 "고생했어." 그럼, 당연히 고생했지. 사고 친 거 뒷수습하느라 무지하게 고생했지, 날도 더운데. 왜 이렇게 나는 이발 실력이 한결같을까?(=왜 한결같이 일관성이 없을까?) "여름에는 그냥 미용실 가는 게 어때? 날도 더운데." "그냥 당신이 해 줘." 또 3주가 됐다. 그래서 또 잘랐다. 이발해달라고 앉아 있는 손님(?)만 더운 게 아니라 가위를 들고 있는 나도 너무 덥다. 에어컨을 틀어도 덥다. 행여라도 잘린 머리카락이 사방팔방 날릴까 봐 바람을 살짝 피해서 이발하느라고 진심으로 심하게 덥다. 이쯤 되면 여름엔 잠시 휴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은 예기치 못한 긴급 상황이 발생하는 바람에 이발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방구석 이발 4 년 만에 이런 적은 처음이.. 2024. 9. 22. 나는 을지훈련을 기다리고 있어 "민방위복 미리 갖다 놔. 옛날처럼 닥쳐서 잃어버려서 찍히지 말고." "내 민방위복이 어디 있지? 아, 여기 있네." 라고 말하면서도 그 양반은 노오란 그 옷을 챙길 생각은 전혀 안 했다. 다만 민방위복의 안부만 살피려는 사람처럼 스치듯 그 옷의 존재만 확인했다. 미리미리 갖다 놓으라니까 또 저런다, 또. "을지훈련이 언제더라?"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아, 맞다. 다음 주지." "그런 것 같더라." "옷 챙겨가야겠다." "생각날 때 지금 챙겨놔. 사무실에 미리 갖다 놔야지."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고 미리미리 대비를 하라고 해도 하여튼 내 말만 안 듣는 어떤 성인 남성이 우리 집에 거주하고 계신다. "이번에 하루 밤새워야 돼." 그 양반은 다음 주 스케줄을 내게 슬쩍 흘려주었다. 물론 그 말을.. 2024. 8. 17.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와 "나 8월에 워크숍 가." "그래?" "아무튼 알고나 있으라고. "알았어." "1박 2일이야." "그래?" 그 양반이 중대발표를 하고 나자 나는 기쁜 마음에 절로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결혼한 지 10년도 더 넘은 부부에게 있어 (어쩌면 나한테만 해당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래어는 '워크숍'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결혼한 지 10년도 더 넘은 부부에게 있어 (어쩌면 나한테만 해당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일정은 '1박 2일'이라고 다시금 나는 확신한다. 물론 그 일정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욱 좋겠지만 한꺼번에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아니 된다. 자고로 욕심은 화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니까, 일단은 1박 2일로 만족하자. 쥐구멍에도 볕 뜰 날이 있고, 그 양.. 2024. 8. 6. 장마철만 되면 민원실에서는 "당신이 어떻게 알았어? 이런 것도 다 알아?" "다른 사람들도 아마 다 알 걸?" "진짜 대단하다." "그건 상식이지." "아무튼 당신 덕분에 해결됐어." "그러니까 내 말만 잘 들어. (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 아니 이 양반이 지금 10년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회인이 맞으신가? 그 속은 나도 모르겠고, 겉보기에는 멀쩡하게 생겨서(이 점도 완전히 동의하지 않지만 일단 멀쩡할 거라고 치자) 프린터에서 문서 한 장 출력을 못하고 계시다니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왜 출력이 안되지? 이상하네." 멀리서도 들리는 안타까운 중얼거림에 나는 출동하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때는 바야흐로 장마가 절정이던 어느 날 밤이었다. 할 일이 있다던 직장인은 일찌감치 일을 벌였다. 그런데 .. 2024. 8. 5. 이전 1 2 3 4 ··· 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