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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늙은 것 같은데? "이렇게 클 때까지 놔뒀어? 진작 따 버리지.""너 오믄 줄라고 아껴놨제.""이런 걸 뭐 하러 아껴. 없으면 그만이지.""우리 애기들도 먹으라고 그랬제.""그냥 엄마랑 아빠 드셔.""우리는 나중에 따 먹으믄 된다." 엄마는 또 기다리고 기다리셨다.딸이 올 때까지.오이가 클 때까지.그 오이가 늙어갈 때까지.한 두 번 있는 일도 아닌데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딸 시기가 좀 지난 것 같은 오이를 보자 순간 나는 그 말을 해버렸다."오이가 많이 열었더라. 갈 때 가지고 가라.""벌써?""벌써는 뭐가 벌써냐. 진작에 열었다.""그새 그렇게 컸어?""내가 너 오믄 갖고 가라고 할라고 따 놨다.""다 컸으면 엄마랑 아빠 따서 드시지 뭐 하러 놔뒀어?""우리는 아무 때나 따 먹으믄 쓰제."엄마는 그 기다란 것들을 냉장.. 2025. 6. 17.
다다익선이라는 거짓말 "이제 중학교 가니까 내년 설에는 용돈을 더 많이 받겠지?"딸은 혼자 신이 나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벌써 설을 염두에 두고 계신다."누구 맘대로?"나는 딸에게 찬물을 끼얹은 게 틀림없다.(고 뒤늦게 반성한다.)"에이, 그래도 초등학생이랑 중학생은 다르지."그래도 딸은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졌다."글쎄, 과연 그럴까?" 지금, 여기,한 소녀가 있다.내일모레 중학생이 되는 소녀,아마도 중학생이 되면 용돈을 더 많이 받게 될 거라고 착각에 빠져있는 (혹은 혼자서만 부푼 기대에 기뻐하는) 소녀."너 중학교 가는 거랑 용돈이랑 무슨 상관인데?"나는 딸이 그런 말을 할 줄은 정말 몰랐기 때문에 의아해서 물어본 거다."엄마, 그래도 중학생 되는데 용돈이 더 생기지 않을까?"무슨 근거로 딸이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 2024. 12. 12.
스마트폰은 이곳에 "어차피 스마트폰은 학교에서 수업하는 위주로 쓸 거고 넌 일단 집에서 하루에 30분 정도만 쓸 예정인데 학교 갔다 온 후엔 스마트폰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도 나와 딸에게는 중요하고도 급한 문제였다.굳이 하루 종일 그 요망한 것을 끼고 살 필요는 없었다.그래서도 아니 되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으므로.)"견물생심이라잖아. 그게 옆에 있으면 자꾸 하고 싶고 보고 싶을 거야. 차라리 눈에 안 보이는 곳에 두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그럼 어디 한 군데를 정해서 거기다 둘까?"기특하게도 딸은 나의 제안에 별 저항이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의견도 제시했다.그래, 바로 이거였어.내가 은근슬쩍 바라 마지않았던 것은."최대한 너랑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디가 좋을까?.. 2024. 12. 11.
며느리에게 들킨 날 "저는 올해 어머님이 김장 안하실 줄 알았어요." 큰 새언니가 김장을 하다 말고 친정 엄마에게 불쑥 말했다.사실, 나도 올해는 엄마가 안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었다."어머님 편찮으시니까 이번에는 그냥 안 하실 줄 알았는데.""그런다고 김장을 안 하믄 쓰냐. 그래도 해야제."엄마는 몸 아픈 것 가지고 김장을 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그런 일은 천부당만부당하다는 듯 첫째 며느리에게 강하게 말씀하셨다.아예 김장을 안하기는 힘들긴 하다, 솔직히.일단 아빠가 그걸 받아들이기 힘드실 거다.아빠 혼자라도 하겠다고 나설 분이시다.김장없는 겨울이라니, 아무리 엄마가 편찮으셔도 할 건 해야 한다는 입장인 분이다.가끔 아빠는 너무 고집스러울 때가 있으시긴 하다.그래서 엄마가 힘들 때도 있다.옆에서 보.. 202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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