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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한 발 늦었다 "집에 엄마도 없는데 언니 왔다 갔더라." 엄마는 또 전화하셨다.자랑하고 싶은 거다.아니면 딸에게 알려주고 싶은 거다.이번에도 또 깜빡하고 잊어버릴 뻔 한 그날에 대해서 말이다. "언니 올 줄 알았으믄 박나물 해 놓은 거 줄 것인디 그랬다. 말도 없이 왔다 가서 온 줄도 몰랐다.""언니가 또 음식 해 왔어?""그래. 아빠 생신이라고 아까 왔다 갔더라. 나 운동하러 나갔다 온 사이에 가고 없더라."올해는 정말 하나밖에 없는 이 딸이, 내가 아빠 생신을 책임지고(?) 뭔가 해 보려고 했었다.그런데 지금 내 몸 상태가 일주일째 별로라서 마음만 먹고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결정적으로 난 사실 아빠 생신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또.부모님은 항상 생신을 음력으로 지내시니까 안일하게 있다가 부랴부랴 준비했던 적이 한.. 2026. 1. 1.
시아버지 문자에 울어버린 며느리 "아가씨, 난 아버님 문자 보고 눈물이 나서 울었다니까요.""네? 아빠 문자 때문에요?" 둘째 새언니가 내게 말했다.우리 아빠가?며느리를 울렸다고?설마?그때까지 30 평생 나도 한 번 울린 기억도 없는데?남의 딸을 어쩌다가?둘째 새언니가 막 출산을 한 시점이었다.그렇잖아도 이제 아기를 낳고 신체적으로나 마음적으로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며느리에게 도대체 아빠는 왜 그러신거람?"아버님이 저 OO이 낳고 병원에 누워있는데 문자 보내셨더라고요. 축하한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다, 그러시면서요. 아버님 문자를 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거 있죠. 그동안 일 생각나면서..."아하! 그거였군.아빠가 며느리를 울리긴 울리셨구나.다만, 내가 우려했던 그런 몹쓸 상황은 아니었구나.둘째 새언니도 어쩌면 기쁨의 눈.. 2025. 12. 25.
안 가져왔으니 어쩔 수가 없네 "국어 노트 정리 하려고 했는데 안 가져왔네.""너 다음 주에 시험 아니야?""맞아.""근데 안 가져왔어?""응.""아직 시간 있잖아""그래. 시간이 있긴 있지.""주말에 하려고 했는데 보니까 이제 보니까 안 가져왔어. 월요일에 가져와서 해야지. 할 수 없지 뭐.""그래. 아직도 '3일씩이나' 남았으니까." 가만?저 소리 전에도 몇 번 들은 것 같은데?그때는 무슨 과목을 안 가져왔다고 했더라?토요일 오전 내내 푹 쉬고, 오후에는 동생과 신나게 게임을 하시고, 난데없이 딸은 이실직고를 했다.다가오는 수요일과 목요일에 태어나 처음으로 치르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딸은 결심 하나만은 단단히 한 듯 보였다. 그러나 마음먹는 일과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전~혀 별개인 듯도 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말이다.학기 중에.. 2025. 9. 29.
장남과 딸의 결혼을 대하는 엄마의 자세 "큰아들은 안 된다, 안 돼! 너는 나중에 절대 장남하고 결혼하지 마라." 마당에서 엄마와 쪽파를 다듬던 중이었다.20년도 더 오래된 기억이다.엄마는 시들한 쪽파를 심드렁하게 벗겨내시며 단호하고도 비장하게 말씀하셨다.나는 너무 난데없는 '딸이 남의 집 맏며느리가 되는 일은 절대 결사반대'라는 막무가내식의 화법에 그만 화들짝 놀랐다.저기요, 어머니, 진정하시고요.엄마가 그동안 겪었던 맏며느리의 설움은 이 딸도 안타깝게 생각한답니다. 하지만 결정은 제가 할게요. 그리고 전 그다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요.(당시엔 정말 그랬다. 나의 진심은 굳이 결혼을 왜 하나? 뭐 하러 하나? 굳이 꼭 해야 하나, 하는 그런 생각이 마음 가득 차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20년이 훌쩍 지난 이 시점에 아들 딸 낳고 자~.. 2025.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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