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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면직-일반행정 지방직 아내의 공무원 그만두기

지금 공무원 시험을 다시 보라고?

by 그래도 나는 2023.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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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관님이 교행 한 번 시험 봐 보래."

언젠가 남편이 퇴근을 하고 넌지시 말했다.

"안 봐."

뻔히 그런 대답이 나올 것이란 걸 알면서도 시치미 떼고 말하는 남편이 천연덕스럽게 보였다.

그분은, 그러니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그런데...

 

"사무관님은 정말 바쁘시겠어?"

진심으로 그분의 관심이 싫어졌다.

"왜?"

왜는 왜야, 날마다 겪으면서도 묻다니.

"직장 생활하랴, 가정생활하랴, 직원 부인 일자리까지 신경 써 주시느라고 말이야. 일에 신경 쓰고 살기도 바쁘실 텐데 말이야."

이렇게나 살뜰히 직원의 사생활에 신경 써 주시다니, 고맙지만 그런 신경은 사양해야 마땅할 것이다.

물론 염려스러운 마음에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좀 지나친 건 아닌가 싶었다.

나도 나지만 걸핏하면 듣는 그런 소리에 남편은 한동안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나나 남편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안타깝게도 하필 그때 남의 일에 관심이 지극한 그런 분을 만나서 남편은 좀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그분의 말 한마디는 잊을만하면 가정 불화의 불쏘시개가 되었고,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남아있던 앙금을 다시금 내보이곤 했던 것이다.

 

그런 선례가 없어서 그런지 다들 신기해하고 의아해하면서 걱정스러움을 가장해 한껏 선을 넘는 오지랖들을 펼쳤다. 내가 뭘 모르긴 해도 '관심'과 '오지랖'의 차이쯤은 안다.

아마도 남편은 그 당시 주위에서 하는 말들을 듣고도 다 내게 전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지레 치를 떨며 지겨워하기도 했으니까.

참으로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기어이 간섭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남의 기분이나 사정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뱉어내고 보는 무책임한 발언들, 그 모든 게 다 누구를 위해서인가.

어차피 남의 일인데, 당사자들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인데, 그들에게 내가 큰 피해를 입힌 것도 아닌데, 더군다나 죄지은 것도 아닌데, 단지 흥미로운 소재거리로 전락해 버린 남의 가정사가 왜 함부로 그런 사람들 입에 아무렇지도 않게 오르내려야 하는 건지 어쩔 땐 화가 날 지경이다. 그깟 일로 화를 낸다는 것도 우습긴 하다. 하지만 나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남들이 마음대로 찧고 까부는 건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때리는 시어머니도, 말리는 시누이도 모두 모두 다 미웠다.

때리지 않는 시어머니, 잠자코 있는 시누이, 그런 사람들은 정녕 이 세상에 없을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니?

그 죄를 지은 사람이 미운데,

죄는 아무 죄가 없는데,

죄는 사람들이 짓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