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부, 노약자, 만 7세 이하 어린이의 각별한 주의를 요하지는 않음'에 주의 >
"엄마, 나 어젯밤에 너무 무서운 꿈 꿨어."
"그래? 얼마나 무서웠길래 그래?"
딸은 일어나자마자 몽롱한 얼굴로 심각하게 내게 고백해 왔다.
그날도 아침밥 준비를 다 마치고 아이들을 깨웠다.
평소처럼 딸은 계속 뒤척이더니 갑자기 일어나한다는 소리가 아침부터 간밤에 꾼 무서운 꿈 이야기였다.
"꿈이 너무너무 무서웠어."
"도대체 무슨 꿈이길래 그래?"
"태어나서 그렇게 무서운 꿈은 처음 꿨어."
"그 정도야?"
"응. 너무 무서워서 생각하기도 싫어."
"그랬구나. 엄마도 무서운 꿈 꾸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더라."
"아무튼 다시는 그런 꿈꾸고 싶지 않아."
"진짜 무서운 꿈이었나 보네. 얼마나 무서운 꿈을 꿨길래 그러는 거야?"
"내가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었는데 엄마가 도시락을 안 싸줬어."
"정말? 그거 엄마가 태어나서 들어 본 꿈 중에 가장 무서운 꿈이다, 정말."
"그래. 내가 꿈에서 얼마나 무서웠다고."
"듣기만 해도 무섭다. 엄마도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정말 네가 무서워할 만하네."
"어쩜 엄마는 그럴 수 있어? 어떻게 도시락을 안 싸줄 수가 있어?"
"그러게. 미안하다, 비록 꿈이었지만."
"내가 너무 무서워서 깼다니까."
"그렇기도 했겠다."
"엄마가 진짜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는 거야?"
"합격아, 그건 꿈이잖아."
"아무튼 도시락을 안 싸주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야."
"그렇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 꿈에서는 엄마가 도시락을 안 싸줬을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일이 절대 없을 테니까."
"정말이지?"
"그럼! 엄마가 도시락을 빼먹을 사람이야?"
"아무튼 나 체험학습 갈 때 도시락 안 싸면 큰일 나. 알지?"
"그래. 알았어."
옛날에는 호환, 마마, 호랑이, 불법 비디오테이프가 가장 무서웠다고 하지만 2024년을 사는 초등 고학년 여학생은 비록 꿈이었지만, 체험학습 가는 날에 엄마가 도시락을 안 싸주는 게 가장 무서웠다고 한다.
꿈이니까 그렇지,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야.
내가 도시락을 안 싸고 배기겠어?
네가 날 가만히 놔두겠어?
잘 알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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