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때? 너희 집 큰 아들은 잘 있어?"
"나한테 큰아들, 작은 아들이 어딨어?"
"한 명 있잖아?"
"누구? 없어. 난 아들 하나 밖에 안 낳았어."
"너희 남편 말이야."
"그런 소리 하지도 마. 내가 언제 그런 아들 낳았다고 그래? 난 절대 그런 아들 낳은 적 없어."
오랜만에 만나서 한다는 소리가 남의 큰아들 근황이라니, 친구는 나보다 남편의 안부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하긴, 남편도 간혹 내 친구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아가씨, 아들 넷 하고 사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지 않아?"
"전혀!"
"난 내 아들 셋에 오빠까지 있잖아. 어쩔 땐 아들 넷이랑 같이 사는 것 같다니까. 아가씨네 큰아들은 어때?"
언젠가 큰 새언니가 그렇게 물은 적이 있다.
"그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야? 난 아들 한 명 밖에 없는 거 뻔히 알면서?"
"아유, 왜 그래, 아가씨? 거기도 큰아들 한 명 있으면서."
"큰아들이고 작은 아들이고 그런 소리 하지도 마슈. 난 친아들 한 명 밖에 없다니까."
왜 어떤 사람들은 남편보고 큰아들이라고 하는 걸까?
어쩌다가 남편들 얘기가 나오면 다들 '우리 집 큰아들'이라고 칭한다.
생각만으로도 무섭다.
그런 아들, 게다가 큰아들이라니?!
엄연히 다른 사람이 낳은 남의 집 아들인데 내 아들로 삼을 만큼 좋다 이런 의미인가?
사람들은 그런 말도 곧잘 한다.
그냥 큰아들도 아니고, '철없는 큰아들'이라고 말이다.
어찌하여 하필이면 큰아들이 철이 없을까?
둘째 아들 정도면 애교로 봐줄 수 있으려나?
큰아들이면 (내 생각에만) 철이 좀 들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직접 낳은 친아들은 이제 겨우 11살이 되어가지만(굳이 이젠 우리나라도 만 나이를 따지니까 꼬박꼬박 10살이라고 정정해 주시는 분이 우리 집 멤버 중에 있다) 남의 집 아들은 벌써 친아들의 몇 배는 더 나이도 먹고 다 컸는데, 인간적으로 이제 철 좀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큰딸'이라는 말은 못 들어 본 것 같다.
혹시 모르겠다, 남편들 사이에서는 아내를 '큰딸'이라고 칭하는지 어쩐지는.
나도 아직 철이 제대로 든 것 같지는 않으니 양심상 남의 아들 보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도 찔리긴 한다.
그러니 그 남의 아들에게 이 글이 발각되기 전에 적당한 선에서 멈추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것만은 분명히 해 두고 싶다.
남의 아들이다.
내가 낳지 않았다.
그 큰아들은 나의 큰아들이 아니라 시어머니의 큰아들이다.
나는 내 친아들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낳은 아들과 시어머니가 낳은 아들은 구분해야 마땅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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