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되려면 아직 멀었어. 언제 사람 될래? 아직 멀었어."
라고,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먼저 선수 쳐서 하는 '인간'이 한 명 우리 집에 거주하고 있다.
그것도 두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내가 보기엔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 같다. 생각이 있다면 그렇게 말 못 할 것 같다, 나라면. 생각이란 걸 하기나 하는 걸까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과연 저것은 마흔씩이나 먹은 '인간'이 아내라는 사람에게 할 법한 소리인가?
상식적으로 가정 안에서 일어날 법한 일인가?
한 두 번이 아니라 이를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결코.
3 아승지겁의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전 세계의 마늘을 다 싹쓸이한다 해도,
누구는 사람이 되긴 글렀다.(고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솔직히.)
굳이 예를 들자면, 바로 저런 상황 말이다.
나는 개차반도 아니고, 망나니도 아니고, 더군다나 저런 말을 들을 짓 같은 것은 안 하고 산다.(고 생각하는데 그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저따위의 막말을 하는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한 두 번도 아니다.
그것도 아이들이 듣고 있는 자리에서 말이다.
아이들은 보고 들은 대로 배운다던데...
그럼 혹시?
이런 방정맞은 생각까지 다 들었다.
설마, 그렇진 않았겠지.
과거는 묻지 않고 미래에 대해서만 얘기해야겠다.
저따위의 할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장차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불만이 있으면 불만을 얘기하면 될 것이지, 그게 나의 사람됨과 아님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저런 말이 감히 집안에서 나올 법한 것인지 처음엔 너무 충격적이었다.
내가 남의 물건을 훔치길 했나, 사람을 때리기를 했나, 사회악을 저지르길 했나.
그 '인간' 혼자 분에 겨워 그런 말을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분명히 둘이 티격태격하다가 나온 말이었다.
뜬금없고 황당하고 상식이하이고 기본도 안 됐다.(고 나만 또 혼자 생각했다.)
최대한 같이 있는 시간을 줄여야지,
말도 최대한 섞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다짐해도 어쩌다 보면 얼떨결에 둘이 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말이란 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을, 끝내는 모를 '인간'이 그 인간 아닐까 싶다.
내가 일일이 대꾸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대꾸할 가치조차 없기 때문이요, 대꾸하는 나까지 수준 이하의 사람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 마음 때문이다.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고 살 수 있을까마는 적어도 '생각'이라는 것은 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특히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한번 생각한 후에 말이다.
증거자료 백만 스물세 번째로 채택한다.
나도 항상 고운 말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어도, 특히 아이들 앞에서는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말이 있다고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왔다.
그 '인간'이 나에게 불만이 많다는 것을 잘 안다.
특히 내가 작년에 일을 그만둔 이후로 더한 것 같다.(고 나는 느껴왔다.)
나는 그 '인간'에게 더는 불만이라느니, 기대라느니, 이런 말 자체가 사치에 가까운 것이 되었다.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좋을 말, 해서는 안될 말, 그런 말이 있다는 것을 정작 모르는 것일까.
내가 말을 할 줄 몰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마지막 순간에 한 마디만 하기로 결심했다.
인연 없는 중생은 구제하기 어렵다 하셨나니.
그저 몸에 좋다는 햇마늘을 요리해 줄 뿐이다.
"많이 잡솨. 그래야 사람 되지."
진심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온 말만 한다.
곰은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다지만, 짐승도 사람이 될 수 있다는데, 그 '인간'도 정말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할 말, 안 할 말을 구분할 줄은 아는 '사람' 말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나는 생각했다.
톨스토이가 이 광경을 보았더라면 그의 소설 제목은 저렇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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