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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껍데기는 가라', 일반쓰레기로.

by 그래도 나는 2022.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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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음식물 쓰레기에 달걀 껍데기가 들어가 있었다.

22. 9. 3. 달걀 껍데기를 다시 버린다.

또 음식물 쓰레기에 달걀 껍데기가 들어가 있었다.
행여라도 음식물 쓰레기에 넣어버릴까 봐 자주 말해왔다.

"달걀 껍데기는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라 일반 쓰레기야. 음식물 쓰레기에 넣으면 안 돼. 알았지?"
"뭐 어때? 상관없을 거야."
"엄연히 일반쓰레기로 분리해서 버리라고 쓰레기 봉투에도 나와 있잖아. 하라는 대로 좀 하자.동물이 먹을 수 없는 건 일반쓰레기야. 절대 음식 쓰레기에 넣지 마. 알았지?"
"누가 그런거 다 지키고 버리는 줄 알아? 적당히 해."
"남들이야 지키든 말든 난 지킬 거니까. 그리고 어려운 거 아니잖아.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 거잖아."

하지만 남편은 그 '조금만 신경쓰면 되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운가 보다.
번거로운가 보다.
귀찮을지도 모른다.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아, 달걀 껍데기는 무슨 쓰레기로 버려야 하지?"
"일반 쓰레기에 버리면 돼."
"아니 우리 아들이 그걸 어떻게 알았지?"
"다 배웠어 엄마. 그건 음식물 쓰레기에 넣으면 안 된대."
"그래. 우리 아들이 아주 잘 아네."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해서 방안에 있는 남편 귀에까지 들리라고 말했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하는 데까지는 하고 싶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가 보다.

결국엔 내가 다시 달걀 껍데기들을 음식물들 사이에서 꺼내 다시 일반 쓰레기로 버리기 위해 분리한다.
저런 딱딱한 것들을 한 번 담아서 버리기 위해 비닐봉지가 생기면 바로 버리지 않고 여러 번 쓰고 모아놨다가 요긴하게 쓰는 중이다.

말을 새겨듣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화가 나려고 한다.
그만큼 내가 하는 말이 아무 소용없음에 무기력해지려고까지 한다.
나쁜 일도 아닌데 왜 흘려듣는 걸까.

조금만 신경 쓰면 될 일을 당장 귀찮아서, 편하자고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일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완벽하게 법을 다 지키고 사는 국민은 못될지언정, 최소한 할 도리는 하고 살고 싶다.

달걀 껍데기의 마지막을 일반쓰레기봉투에 고이 넣어주는 일, 그것이 달걀을 먹고 난 후 최후에 내가 할 수 있는 달걀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