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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나의 기쁨=나의 고통

부부란 이런 것

by 그래도 나는 2023.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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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왜? 나 자고 있는데?"

"나 맥주 몇 잔 마셨는데."

"걸어와."

"내일 차를 써야 해서. 당신하고 같이 차 가지러 걸어갈까?"

"내일 새벽에 혼자 가지러 가."

"안돼. 멀어서. 오늘 저녁에 가져와야 되는데."

"내가 있어도 없다고 생각하라고 했지. 나는 혼자다. '나는 부인이 없다' 이렇게 생각해."

"좀 도와줘."

"버스 타고 와."

"집에 가는 건 문제가 아닌데 차가 멀리 있어서 그래."

"나 자려고 진작 다 씻었는데. 해 떨어진 지가 언젠데? 벌써 8시라고!"

"같이 산책 간다고 생각합시다."

"같이는 싫고, 따로 떨어져서 간다고 생각하면 고려해 보겠어."

"응. 떨어져서 갑시다."

 

"같이 이렇게 산책도 하고 그러니까 좋다."

"난 싫다."

"왜? 산책하는 거 좋아하잖아."

"혼자 하는 게 좋아."

"우산 같이 쓰고 갈까?"

"싫어. 부부끼리 우산 같이 쓰는 거 아니야. 그럼 잡혀 가."

"왜? 같이 쓰자."

"그렇게 징역살이가 해 보고 싶어?"

"여기서 거기까지 가려면 대리비 좀 나왔을 거야."

"그럼 아예 처음부터 차를 안 가져갔어야지."

"대리비도 아깝잖아."

"그럼 나 줘야지."

"내가 만원 대리비로 줄게. 어차피 우리 집 수입이니까."

"내 수입인데? 나 혼자 과자 사 먹을 건데?"

"그래. 혼자 과자 사 먹어."

 

"성당 근처야. 다 왔어."

"왔으면 회개하고 가야지. 지은 죄도 많은데."

"난 죄지은 거 없는데?"

"갠지스강의 모래알만큼이나 무수히 많을 거야."

"알았어. 그래야겠다. 회개하고 가야겠다."

"하지만 결코 용서받지 못할 거야."

"내가 뭐 어쨌다고?."

"지은 죄에 대한 과보는 반드시 받아야 할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좋은 소리야."

 

"주차까지 해 줘야 돼. 나 안 할 거야."

"알아서 할게."

"그러다가 다른 차 박겠어. 조심해."

"내가 알아서 한다고! 난 술 안 마셨어."

"조심해. 안 되겠어. 여기 말고 딴 데다가 해 그냥."

"알아서 한다고 했지? 지금 술 취한 사람이 상황 파악 못하고 누가 누구한테 뭐라 하는 거야?"

"알았어. 알아서 해."

"그냥 가만히 있기나 해. 하는 대로 보고나 있어."

"차 타고 오니까 진짜 빨리 오네. 그래도 당신 덕분에 편하게 왔네. 같이 갔다 오니까 정말 좋다."

"난 정~말 싫다."

"잘 갔다 와서 왜 그래?"

"잘 갔다 온 건 아니야. 그냥 갔다 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