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 보상비를 얼마 받았냐고요

"연가 보상비가 들어왔네."
"좋겠다."
"어? 얼마 안 되네?"
"그것도 안 받는 것보다는 낫지."
직장인은 말로는 연가보상비가 얼마 안 된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핸드폰 화면을 보고 또 보고 계산을 해 보는 눈치였다.
그래, 보고 있기만 해도 좋겠지.
그런 낙이라도 있어야지.
비록 머지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만 말이다.
지난주 12월 마지막 며칠을 앞두고 직장인이 호들갑을 떨며 '연가보상비 입금 사실'을 내게 통보했다.
"얼마 들어왔는데 그래?"
"얼마 안 된다니까."
"그러니까 얼마나 안되길래 얼마 안 된다고 그러냐고?"
"진짜 얼마 안돼."
"진짜로 얼마 안되는지 가짜로 얼마 안되는지는 내가 한번 보고 판단할게."
"출장비랑 같이 들어온 것 같아."
"그러니까 출장비랑 같이 들어온 금액이 얼마냐고? 왜 자꾸 말을 안 해줘?"
"얼마 안 되니까 그렇지."
"그럼 입금된 금액이 총 얼마야?"
"얼마 되지도 않아."
"진짜 이상하네. 왜 자꾸 안 알려주려고 그래?"
"얼마 되지도 않으니까 그렇지.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이거 맞게 들어온 거 맞나?"
"어련히 알아서 입금했을까? 어차피 전산 돌려서 다 계산될 거 아냐?"
"그렇긴 하지. 근데 내가 연가를 얼마 안 쓴 것 같은데."
"안 쓰긴 뭘 얼마 안 써? 조퇴도 했었고 반가도 썼었고, 어머님 병원 모시고 간다고 또 쓰고 그랬지."
"그랬나?"
"그랬나가 아니라 그랬어, 확실히."
"당신 말 듣고 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 보니까 그랬네."
"사람이 왜 그렇게 의심이 많아? 그 사람들이 오죽 알아서 잘 처리해 줬겠어? 일 한 두 번 하는 것도 아닐 거고."
"정말 그렇겠네. 다시 보니까 맞는 것 같다."
"안 맞아도 맞으니까 의심 좀 하지 마. 다 알아서 넣어준 거니까."
"그래, 당신 말이 맞네."
"그나저나 얼마나 받았길래 자꾸 얼마 안 된다는 거야?"
이 양반이 지금 바쁜 무직자 앞에서 왜 자꾸 스무고개를 하려고 하는 게지?
뭐가 무서워서 금액을 밝히지 못하는 게야?
내가 달라고 할까 봐?
달라고 해도 안 줄 거면서 왜 떳떳하게 밝히지 못해?
사람이 의심만 많아가지고 말이야.
"일 많고 바빠서 쉬고 싶어도 못 쉬고 받은 거니까 흥청망청 쓰지 말고. 쇼핑도 적당히 하고, 알았지?!"
"진짜 너무 바빠서 연가도 다 못썼네."
그러니까 그렇게 못 쉬고 받은 연가보상비가 도대체 얼마냐고 이 양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