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혼수 장만하기
"엄마, 엄마가 보면 좋아할 만한 걸 가져왔어."
"우리 아들이 또 어떤 멋진 선물을 가져 오셨을까?"
"아마 엄마가 깜짝 놀랄 거야."
"진짜 기대된다. 빨리 보고 싶어."
"짜잔~ 어때? 예쁘지?"
아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업사이클링 한 결과물을 내보였다.
솔직히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선생님이 미리 알려주셔서 대충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진작에 짐작했고 내 예상과 닥 맞아 떨어지는 것을 아들은 가져왔을 뿐이다.
여기서 잠시 라테 타령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어릴 때만 해도 그런 건(?) 구경도 못하고 살았다.
아니, 이렇게나 다양한 체험활동을 안했던 것 같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별 걸 다 만들어 온다.
향수, 무드등, 비누, 저금통, 액자, 한지 바구니 등등 이대로 계속 간다면 혼수 장만도 문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학교에서 냉장고나 세탁기를 만든다는 소문은 아직 못들어봤다.
초등학교에서 아파트를 장만할 일도 없겠지?
어지간한 살림살이는 다 갖춰졌으니 저것들을 들고 나가 독립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요즘 너희는 정말 다양한 걸 많이 만든다. 엄마 학교 다닐 때는 그런 게 전혀 없었던 것 같은데. 자수하고 저고리 만들고 그게 다였던 것 같은데. 신문지로 가면 같은 거 만들고. 초 가져와서 교실 바닥 문질러서 닦고 그랬는데."
느닷없이 기원전 5,000년 경의 이야기까지 꺼냈다.
"초를 왜 바닥에 문질러? 불을 켜야지.요즘은 엄마 때랑 달라."
딸은 내 라테 시절을 살아 본 것도 아니면서 아는 체를 다 했다.
"그래. 맞아. 아무튼 좋은 세상이야 요즘은."
"그럼. 요즘같이 살기 좋은 세상이 없지. 옛날에는 이런 것도 없었을 거 아냐."
"너희는 정말 좋은 시대 타고 났다."
"아니지, 엄마. 전생에 나도 옛날에 태어났을 수도 있잖아."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그땐 내가 엄마였을 수도 있고 엄마가 내 딸이었을 수도 있지."
"그랬을지도 모르지."
언제까지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야 하나.
저 많은 것들을 다 어디에 둬야 하나.
야금야금, 티나지 않게 은근슬쩍 시나브로, 쥐도새도 모르게,
언젠가 처분해야 할 '짐'이 될 수도 있다.
나름 요긴하게 여기 저기 두며 종종 느닷없이 새삼스레 칭찬세례를 쏟아내며 남매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들을 만들었는지 야단스럽게 반응하곤 한다.
이제 몇 년 안남은 거겠지?
설마 중학교 가서도 그런 걸 만들어 오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