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나의 기쁨=나의 고통

자식까지 있는 주부가 가긴 어딜 가?

그래도 나는 2023. 9. 1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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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외삼촌네 템플 스테이 갔나 보네.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

"그런 걸 뭐하러 해? 가서 뭐 하는 건데? 굳이 거기서 하루 자고 와야 돼? 하루만 갔다고 온다고 뭐가 달라져? 유난스럽게 무슨 템플 스테이를 간다고 그래? 난 그런데 가는 사람 진짜 이해 안 되더라."

 

알았어! 알았어.

그건  생각이고.

나는 맹세코 옆에 있는 그 사람에게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었고 그냥 나온 말이었다.

가고 싶다는 건 그냥 내 생각이라고.

 

지난 주말에 가족 카톡방에 느닷없이 큰오빠가 사진을 올렸다.

거실에 있다가 사진을 보고 아이들에게 보여 주며 툭 내뱉었다.

첫째 조카와 새언니는 빠지고 큰오빠랑 둘째와 막내아들만 같이 다녀왔나 보다.

내 숙원사업 중 하나가 조용히 템플 스테이 한 번 다녀오는 것이다.

그걸 오빠가 해내다니!

나는 언제쯤 해낼 수 있으려나.

 

템플 스테이 한 번 해 보고 싶다.

피정을 다녀오고도 싶다.

그냥 하루 이틀 현재의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은 때가 누구나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애가 둘이나 있는 가정 주부가 가기는 어딜 간다는 거야?"

그 사람은 가정 주부면 절대 집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태곳적부터 생각해 온 사람이다.

직장 생활할 때도 교육 일정이 이틀 이상 있으면 '굳이 가야겠느냐'라고 처음엔 무조건 못 가게 하는 편이었다.

자식도 있는데 어딜 가냐며.

그게 그런 말을 들을 일인가 싶으면서도 어이없고  상식에서는 이해 불가였다.

내가 언제  사람이 며칠  교육 가는 일에 

"뭐하러 굳이 그렇게까지 해? 자식이 둘이나 있는  아빠가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

하면서 제지한 적이   번이라도 있었던가?

맹세코  번도 없다.

 상식에서는 나올 말도 아니다.

결혼할 때 이런 부분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직장인이 교육이 있으면 가야 하는 거지, 필요하니까 교육도 하는 건데 단지 자식 있는 여자는 하룻밤 자고 오면 안 된다는 심보인가? 남자는 되고?

일은 했으면 좋겠고 교육 따위는 안 갔으면 좋겠다는 건가?

그러나 정작 본인은 친구들 만난다고 1박 2일로 놀고 오기도 하는 사람이다.

어느 면에서 꽉 막혀서 말이 안 통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젠 직장생활도 안 하는데(일을 그만둔 후로 넌덜머리 나게 듣는 말이다.) '감히 가정주부'가 하루 이틀 집을 비운다는 건 그 사람 선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내가 언제 같이 가자고 그랬어? 혼자 가고 싶다고 혼자! 그리고 내가 당장 나간다고 했어? 말도 못 해? 나 혼자 한 소리라고. 들으라고 한 소리 아니라고! 남이야 템플 스테이를 가고 싶어 하든 말든, 출가를 하고 싶어 하든 가출을 하고 싶어 하든 무슨 상관이야? 내가 당신이 친구들 만나고 다니는 거 가지고 언제 간섭했어? 당구 치는 거 가지고 뭐 하러 그런 거 하냐고 이해 안 된다고 한 적 있어? 템플 스테이가 뭐가 그렇게 유난이라고 그래? 본인이 마음에 안 들면 남이 하는 건 다 유난이야? 어차피 같이 가자고 할 것도 아닌데 본인은 안 가면 그만이지 생각이 다 다른 거지, 좋아하는 것도 다 다른 거지. 내가 갔다 와서 뭐 달라지겠다고 각서라도 썼어? '그런 데' 가는 사람이라니? 내가 언제 가기나 했어? 하여튼 내가 뭐 하고 싶다고 하기만 하면 꼭 꼬투리 잡더라. 같이 하자는 말은 안 해, 걱정 마!"

라고 복화술을 했다, 한참 동안...

그런 사람은 그런 사람으로 그냥 인정하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