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공시생 남편을 뒷바라지했다.

국가직 의원면직을 한 후,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할 남편의 행적들은 그 어떤 진상 민원인을 만나더라도 나를 쉽게 굴하지 않는 대한민국 9급 공무원으로 만들어 주었다.
굳세어라, 글임자.
원수인 줄 알았던 그 사람이 결국에는 나의 은인이 되었네.
나를 괴롭게 만든 그 사람이 나의 스승이었다더니.
그분의 강의 내용이 딱 맞네.
용하기도 하셔라.
남편은 공시생이다.
그 남편이 공부가 잘 안 된다며 담배를 곧잘 피우신다.
왜 또 주식이 폭락하기라도 했남?
도대체 공부가 잘 안 되는 거야?
주식이 잘 안 되는 거야?
나는 잠깐 궁금하다 만다.
깊게 관여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처음에 그를 사귈 때 담배를 피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찌 보면 내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담배는커녕 술도 안 마시고 세상에서 가장 조신한 남자인 줄 알았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대단한 착각을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담배 피워도 그만은 안된다고.
그는 술을 잘 마신다거나 좋아한다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지금도 여전하다.
문제는 담배였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한때 담배농사까지 짓던 집 딸이다.
담배의 성장 과정을 낱낱이 보아 온 것은 물론 한 여름 땡볕에서 담배를 따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숨이 턱 막히는 공기를 마시며 담배를 엮을 때 맡았던 그 오묘하고도 뭔지 모를, 역겹기만 한 그 물건이 바로 담배다.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부터 담배 농사를 지어왔으므로 나는 그 유해성에 대해선 누구 못지않게 몸소 체험한 사람이다.
그걸 아니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정말 독한 사람이란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는 담배를 끊은 사람을 독하다고 하면서 그런 사람 하곤 상종도 안 한다고 하지만, 엄밀히 내 기준에서 보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더 독한 사람이다.
남들에게는 '담배는 국산으로!'를 아무렇지도 않게 외치던 나였지만 정작 내 남자 친구가 담배를 피우다니.
흡연하는 남자 친구 정말 상상도 못 했었다.
세상에 만상에.
이럴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럴 거였으면 맨 처음 다음 '구꿈사' 공무원 카페에서 나에게 쪽지를 보낼 때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고 잘 마시지는 않지만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담배를 종종 피우고, 국가직을 합격하긴 하지만 결혼 일주일 만에 그만 둘 예정이며, 교행을 다시 시험 보려고 준비하고는 있지만 도중에 주식을 소일거리 삼아 머리도 식힐 겸 조금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공시생 신분으로 도서관을 다닐 때 직장 생활을 하는 바쁜 아내에게, 게다가 임신해서 입덧을 미친듯이 하는 아내에게 간단히 서너 가지 반찬을 담은 도시락과 과일을 매일 아침 요구할 것입니다."
라고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어야지.
누굴 탓하랴.
부모님이 억지로 결혼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결과가 이거다.
행여 다른 여자에게 그 짐을 떠맡기게 될까 봐 고난의 가시밭길을 번뇌의 십자가 이고 지고 내가 들어선 거잖아.
하도 자신 있다고 큰소리쳐서 1년 정도 공부하고 교행 붙으면 그때 맞춰서 아기도 낳으면 되겠다 했더니, 나보고 긴장 늦추지 말라고 그랬는지 어쨌는지 한동안 주식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걸 보니 애초의 내 계획대로 일을 진행시킬 수가 없었다.
내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기를 낳자.
"자기야. 나 이제 아기를 낳아야겠는데?"
"무슨 소리야 지금? 나 아직 시험도 안 봤는데."
"자긴 공부해. 난 낳을 거니까"
"그게 뭐야?"
"그 시험 붙을지 안 붙을지도 모르고, 붙는다고 해도 어느 세월에 붙을지도 모르겠어. 자기 하는 걸 보고 있으니까."
"갑자기 왜 그래? 나 시험 붙으면 낳기로 했잖아."
"아니, 생각이 바뀌었어. 지금 안 낳으면 영원히 안 낳을 것 같아."
양심이란 게 남편에게도 있다면 내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게 아니라 내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도 있으리란 걸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
아니다 싶을 때 과감히 가던 길을 접고 다른 길로 들어서야 한다.
할 거면 하고 안 할 거면 말고.
아직도 나를 몰라?
남편한테 좋은 거 배웠다. 우체국이 아니다 싶을 때 바로 그만두고 나와버린 거.
남편이 교행 시험에 합격할 기미도 안보이니 그건 알아서 하라고 하고 난 2세라도 갖자.
"그래도 나 시험이라도 붙고 낳자니까?"
내가 낳을 몸이다.
남편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낳는다.
낳을 사람은 나니까 내가 결정한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어. 솔직히 자기 합격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금방 갱년기 오겠어."
이 사람이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돌려 말했으면 알아 들었겠지?
그래도 시험이 코앞이니 너무 자극하진 말자.
직접적으로 대놓고
"공시생이 지금 주식할 때야? 제정신이야? 아주 막 나가자 이거지? 사람이면 그럴 수는 없어. 지금 하고 있는 짓을 보면 가망 없어. 매일매일 간절하게 합격을 바라고 미친 듯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전국에 수천 명이야. 그런데 주식에 미쳐서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이런 사람이 붙는다는 것도 말도 안 돼. 불공평해. 솔직히 말해서 합격은 물 건너간 것 같다. 이딴 식으로 무슨 시험을 보겠단 거야? 결혼 일주일 만에 공무원 그만두고 지금 교행 시험 보겠단 사람이 주식할 때냐고! 공부만 해도 모자랄 판에. 시험이 며칠이나 남았다고 그래? 처음부터 공부할 마음이 없었던 거 아냐? 나한테 대충 둘러대고 맘대로 하려고 했던 거 아니냐고? "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태교라는 것은 임신하기 전부터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들었다.
분명 임신하기 전부 터라고 했겠다?
그러면 올라와도 좀 참아야지.
그 정도도 못 참으면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겠나.
저 남자랑도 같이 사는데 참는 거 잘할 수 있다.
귀가 없긴 하지만 눈치는 있겠지.
설마 눈치까지 없을라고?
"그래도 당장 애부터 덜컥 낳아버리면 앞으로 우리 어떻게 살아?"
그러니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생각해 봐.
내가 떠먹여 주기까지 해야 돼?
"붙을 자신 있다고 그랬잖아. 뭐가 걱정이야? 자기 시험도 붙고, 아기도 낳고 완전 겹경사 되겠네. 와, 기대된다."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지금 이 상황에 진짜 아닌 게 뭔지를 알아야지.
"아니. 난 이게 맞는 것 같아. 뭐가 걱정이야? 시험에 자신 있단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입 아프게 말했으면 뭔가 느끼는 게 있겠지.
느끼라고 그러는 거다.
알기나 알랑가 몰라.
무슨 결정을 할 때 한 번에 바로 합의 보는 법이 없는 부부다.
이렇게도 안 맞을 수가 있나 싶게.
"아무튼 나는 결정했으니까 앞으로 협조 좀 했으면 좋겠어."
"내가? 뭘 어떻게?"
"일단은 담배를 끊어줘야겠어."
"담배?"
"그리고 운동을 좀 하는 게 어때? 등산을 하든지. 나가서 달리기를 하든지. 아무튼 엄마 아빠가 건강해야 아기도 건강하게 태어날 확률이 높대."
"그러긴 하겠네.
"당장 다 하라는 건 아니니까 긴장할 거 없어. 일단 간단히 산책부터 하든지."
"응. 알았어."
"운동도 하고 그러면 기초 체력도 더 길러지고 공부하는 데도 더 도움이 될 거야."
"정말 그러겠다."
"난 이왕 낳기로 한 거 건강한 아기가 태어났으면 좋겠어."
"그건 나도 그렇지."
"노력해서 건강하게 태어날 수만 있다면, 하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보고 싶어. 노력하기에 따라 아기가 건강하고 안 하고 달라질 수도 있다는데 이왕이면 열심히 노력해서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면 좋잖아. 물려줄 재산으로 건강이 최고지 뭐. 자긴 어떻게 생각해?"
"나도 물론 같은 마음이지."
"하지만 그건 나 혼자만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내가 요청한 사항은 가능하면 잘 지켜줬으면 좋겠어."
"당연하지. 나도 노력해 볼게."
"담배도 좀 덜 피워야겠지?"
"노력해 볼게."
그리하여 우리 부부는 2세 계획의 일환으로 '건강한 몸만들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남편이 공시생이건 말건 하나라도 건지자 싶어 밀고 나간 거다.
난 그동안 남편에게 공부에만 집중할 기회를 많이 주었다고 생각한다.
경제활동은 내가 다 하고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고 도시락까지 고이 싸서 주는데 그 정도면 아주 못한 축에 속하진 않을 거다.
옛날에 남편 혼자 고시원에 틀어박혀 공시생으로 살 때에 비하면 공부만 하면 되는 그때는 완전 다이아몬드 숟가락 물었다고 스스로도 인정한 사람이다.
시험이 코앞인데 당장 노량진 단기특강 반에 들어가도 모자랄 판에 난데없는 가족계획이다.
남편은 그런대로 운동도 꾸준히 했고, 담배도 끊었다, 고는 했다.
담배 피워봤던 사람들 말이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잠시 안 피우고 있는 것뿐이라고 그랬다.
나는 담배 냄새를 지독히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10년 전까지도 담뱃잎 따던 사람이 말이다.
직접 부모님 농사일 도우면서 겪어 보니까 담배가 얼마나 몸에 해로운 건지 알겠더라.
농사지어 보고는 절대 못 피울 거다.
결혼하기 전에 담배일 할 때 싫다는 남편을 굳이 담배 건조 하우스에 밀어 넣은 건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잘한 일이다.
굳이 돈 주고 사서 피우는 그 담배 '실컷 맛이나 봐라' 하고.
"필요하면 한대 말아 피워. 괜찮아 괜찮아. 마음껏 피워. 곰방대라도 찾아다 주리? 혼자 피우기 그러면 같이 피울까. 넘쳐나는 게 담밴데. 이따 갈 때 싸가지고 가든지. 그 정도는 이바지로 챙겨 줄 수 있어. 다른 건 줄 건 없고."
"난 담배 냄새가 이렇게 독한 줄 몰랐어."
라며 남편은 혼쭐났었다.
그럼 그렇지.
사람이라면 그 냄새 맡고는 담배 생각 안 나야 맞지.
"담배는 간접흡연도 굉장히 안 좋은 거 알지? 그게 더 안 좋다고 하던데."
"응. 나도 알지."
"알아서 잘 행동해. 최소한 우리한테 피해는 안 줬으면 좋겠어."
이미 마음속으로는 임신 초기 상태다.
솔직히 남편이 담배를 피우든 말든 나랑은 크게 상관이 없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서 그렇지 그것도 기호 식품이라는데 본인이 좋다는데야 내가 뭐라 하겠는가.
다만 피해는 주지 말라는 거다.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 그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도 혼란스러웠는데 내가 너무 과민 반응했던 것도 같았다.
"그 좋은 거 나도 한 대만 줘봐! 좋은 건 같이 하는 거야. 정말 이러기야?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끊질 못해?"
"큰일 날 소리 하지 마 자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나도 한 번 피워 보자고! 이리 내!"
이러기도 했었다.
남편의 건강은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거니까, 그보단 내가 일단 그 냄새가 맡기 싫은 거다.
오죽하면 이런 얘기도 자주 했었다.
"나중에 혹시라도 폐암 걸리거든 나한테 얘기도 하지 마."
"무슨 소리야?"
"담배 피우면 아무래도 폐암 걸릴 확률이 더 높다잖아. 자기도 잘 알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사실인데, 그런 걸 뻔히 알면서도 굳이 피웠잖아 계속. 그러면 최악의 경우에 본인이 폐암에 걸릴 수도 있으리란 걸 예상해야지. 난 예상이 충분히 되는데. 그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도 굳이 담배를 피우는데. 그러니까 나중에 아프네 어쩌네 얘기도 하지 말라고. 미리 말해 두는 거야. 난 진작에 예상한 일이니까. 나 같으면 그런 어리석은 짓 절대 안 해. 큰 병에 걸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담배 피우는 그런 짓 말이야."
"나라고 뭐 얼마나 좋아서 피우고 싶어서 피우겠어? 스트레스받으니까 그렇지."
"스트레스받는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진 않아. 그런 걸로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어. 회피하는 거지. 핑계일 뿐이야. 잠깐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 나도 이해는 하지만 그 방법은 좀 아닌 것 같아.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그럴 거야 없다고 생각하거든.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야."
"그래도 오죽하면 담배를 피우겠어? 자기도 직장 생활하면서 그런 것도 이해 못 해?"
"난 스트레스받으면 다른 걸로 풀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강을 해치잖아. 스트레스받는다면서 그걸 잠깐 잊어보겠다고 건강을 해치고 살아?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돼서 말이야."
"그래도 그렇지 어쩌면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어쨌거나 난 미리 얘기했으니까 나중에 딴 소리나 하지 마. 그리고 최소한 임신하기 전까지는 담배를 안 피웠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장기 계획은 남편에게 안 맞다.
단기적으로 당장 눈앞의 문제점들만 하나씩 해결하는 게 수다.
살아보니 그렇다.
하루살이의 계획이 제격이다.
일단은 임신할 때까지라고 하고,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를 위해서라도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말해보면 또 될 일이다.
일단은 1절만 하기로 하자.
나라고 이렇게 사는 거 안 피곤한 거 아니다.
내가 남편 보고 폐암을 들먹거리며 이야기 한 건 일종의 충격 요법이다.
남편은 나보고 해도 해도 너무 하네. 어떻게 부인이 남편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 자꾸 그랬지만 부인이니까 그런 말도 남편에게 하는 거지. 남의 부인은 남의 남편 아프든 말든 상관하지도 않는다.
세상의 모든 부인들은 자신의 남편을 단속하기에도 바쁜 사람들이니까.
어때, 자기 생각해 주는 사람 역시 나밖에 없지?
"잘 들어 봐. 담배는 일단 건강에 좋지 않아. 그렇지?"
"그러지."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담배 생각이 나는 거잖아?"
"그거라도 피우고 있으면 좀 낫거든."
"스트레스를 푼다고 굳이 몸을 상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그렇게 싫다는 데도?"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돼."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는 건 말이 안 돼. 그건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해."
"자긴 몰라."
"다른 방식으로도 스트레스를 풀 길은 많아."
"그냥 저절로 생각이 난다니까."
"그러니까 그건 내 생각엔 의지 박약아 같은 소리라니까. 안 피우려고 노력하면 충분히 안 피울 수 있어. 세상에 스트레스받아도 담배 안 피우는 사람들도 아주 많아. 그깟 담배 하나 못 끊고 시험엔 어떻게 붙으려고 그래? 의지가 그렇게 약해서 어디 쓰겠어?"
이렇게 말하는 나도 좀 무리인가 싶었지만 남편은 발끈하지 않고 다시 내 말에 빠져들기 시작한 듯하다.
멈추지 말고 계속 가자.
"근데 피우던 게 버릇이 돼서 그래."
"그러니까 정신을 차리고 의지력으로 버텨야 해. 건전하게 스트레스 풀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그래?"
"나도 알지. 근데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피우게 돼."
"처음부터 피웠던 건 아니잖아. 철없을 때 피운 것도 아니고 다 커서 군대 가서 피웠다며? 담배 안 피웠을 때도 안 죽고 잘 살았잖아 안 그래?"
"그러긴 하지."
"그러면 지금도 담배 안 피우고 살 수 있어."
"그게 자기 말처럼 쉬은 게 아니야."
"누가 쉽대? 나도 알아. 쉽지 않다는 거. 하지만 할 수는 있잖아. 절대 못할 일은 아니잖아? 국가직 공무원 시험도 합격한 사람이 금연은 못하겠어?"
(정말인지는 모르지만 소문으로만 들은) 고득점으로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던 과거를 환기시키며 사~알짝 자존심도 세워주면서 동시에 자신감을 붙어 넣어 준다.
동기부여 3종 세트를 선물한다.
받으시오.
"할 수야 있지."
"굳이 몸을 상해가면서까지 스트레스를 풀 필요까지는 없다 이거지 내 말은. 어떻게 생각해."
"자기 말이 맞네. "
맞장구만 잘 쳐주면 무엇하나.
담뱃불 붙일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라니까.
도대체 국가직 시험은 어떻게 붙었던 거야?
이거 뭔가 있는 거 아냐? 수상한데?
캐 봤자 아무것도 나올 게 없는 사람이란 거 며칠 살아보니까 다 알겠는데 미스터리다.
그래도 용케 나의 협박과 회유에 아주 적극적으로 운동을 꾸준히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가 가만 두질 않았겠지. 나는 잘 기억나진 않지만.
할 거면 하는 것처럼 하고 안 할 거면 말고, 난 좀 그런 식이다.
무엇보다도 공시생은 건강이 제일이니까.
그는 한참이 지난 후 담배도 끊었다고 자랑스럽게 내게 말했다.
담배 끊었단 말은 믿을 게 못된다고 했겠다?(=피우는 양을 조금 줄였다.)
내 해석은 저랬다.
그래도 노력이 가상하구나.
결국엔 두 가지 모두 다 본인을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 큰 반발은 없었다.
역시 말귀는 좀 알아듣는구나.
국어 과락은 면하겠지.
나 또한 건강한 아기를 원했으므로 남편과 같이 식단 관리도 철저히 하고 운동도 하고 엄마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시작했다.
어느덧 교행 시험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 내가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22. 8. 4.)